황모과 작가의 첫 장편소설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는 현실에서 지워진 여성들이 살아가는 SF적 세계를 통해 지워지고 사라진 여성들을 기억하라고 얘기한다. “지금쯤 고등학생이 됐을 법한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았다. 전부 1990년생 아이들. 그것도 여학생들이었다. ” 소설은 1990년 당시 ‘백말띠 여자가 드세다’라는 속설로 인해 여아 선별 임신중지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던 사건을 모티프로 삼는다. 90년생 신생아 통계를 보면 남아 100명당 여아는 85명이었다. 집단적인 여아 출산 회피가 있었음을 알려주는 수치다. 신생아 수는 1990년 77만9685명, 91년 85만1130만명이었다. 91년생과 90년생의 차이가 7만명이 넘는다. 작가는 이 7만명이 여아 출산 기피에 의해 태어나지 못한 여성들이라고 가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