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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n번방

na.rin 2022. 9. 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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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n번방’ 주범 ‘엘’(가칭)의 피해자 중 한 명인 10대 A양은 틈날 때마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 지난 1월 경찰에 피해를 신고한 후 “엘이 잡혔다”는 연락만 기다리고 있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없진 않지만 추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첫 언론 인터뷰에 나선 A양은 1일 “누군가 신고해야만 범인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방학 중이던 지난 1월 중순쯤 엘을 처음 알게 됐다. 당시 그는 “신상이 유포되고 있다. 난 n번방을 파헤친 추적단 불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엘이 추적단 불꽃을 사칭해 A양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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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A양은 취미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특이한 옷을 입고 촬영한 사진을 올리곤 했다. 그중에는 다소 신체 노출이 있는 옷도 있었다. 엘은 “사진이 퍼지면서 네 신상정보까지 뿌려졌다. 유포범 컴퓨터를 해킹해 개인정보를 지울 테니 작업이 완료될 동안 일단 (유포범의) 지시에 응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엘에게 받은 링크를 눌러 대화방으로 입장한 순간부터 지옥이 펼쳐졌다. 방장은 A양에게 “2분 이내로 (성착취) 영상을 찍어 보내라”는 지시를 이어갔다. 대화는 1주일 동안 이어졌고 협박과 강요에 못 이겨 A양은 50여개의 영상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물만 마시며 버텼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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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양이 뒤늦게 추적단 불꽃 메일로 직접 문의한 뒤에야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사람이 이렇게 악랄할 수가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엘은 ‘견본 영상’을 보내주며 “똑같이 촬영해 보내라”고 요구했는데, 이 영상은 또 다른 피해자가 촬영한 성착취물이었다. A양이 목격한 영상 속 피해자는 최소 3명이다. 그는 “다 미성년자로 보였다”며 “엘이 ‘모두 내 피해자들’이라며 으스댔다”고 말했다. 또 “부하를 보내 널 성폭행하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A양은 2020년 3월 국민일보의 ‘n번방 추적기’를 본 후 온라인 등에서 피해자 연대 활동을 했지만 그 자신도 피해자가 됐다. ‘N번방_가입자_전원처벌’ 등 해시태그운동에 동참하거나 n번방 관련 시민단체에 후원을 했었다. 그는 “처음에는 내 부주의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 자책감이 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고 했다.

 

막힘없이 대답을 이어가던 그는 “신고해도 난 안 잡힌다”고 으름장을 놓던 엘을 떠올리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A양은 “외국에 있기 때문에 잡을 수 없다고 하더라. ‘신고해도 빠져나갈 수 없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가장 무력했다”고 했다.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청하면서 피해자에게는 연대를 약속했다. A양은 “또 다른 n번방이 생겨선 안 된다”며 “신고한 후 많은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피해자들에게 세상 밖으로 나와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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