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고딩엄빠2'에 평화로운 고딩엄빠가 출연할 날이 오긴 할까.
9월 20일 방송분에는 홀로 남겨졌던 유년 시절의 아픔으로 방황하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이후 남편을 만나 일찍 가정을 꾸린 고딩엄마가 출연했다.
아직 선명한 손목의 흉터처럼 고딩엄마의 상처는 고질적인 의부증으로 남아 본인과 남편을 괴롭히고 있었다. 일을 하는 남편에게 받을 때까지 전화를 하는 건 기본, 감정이 격해지자 아이들이 우는 데도 육아에 집중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우울증, 의부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고 있는 상태라는 고딩엄마는 이후 진행된 부부 상담에서도 남편의 고통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해 갈등을 해소하지 못했다.
부부 상담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문제만 헤집은 다른 방송분보다는 발전됐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그래도 '고딩엄빠'를 향한 걱정은 여전하다. 재연 장면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극단적 선택 시도를 자극적으로 보여준 것, 의부증 진단을 받은 고딩엄마의 문제적 행동을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묘사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고딩엄마가 남편에게 전화로 화를 내는 장면이 클립 영상으로 퍼지면서 비난 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고딩엄마의 병력이나 과거를 아는 제작진이 보다 세심하게 연출했더라면 안 그래도 큰 마음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은 없었을 터.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지만 정신적, 경제적으로 자립해 잘 사는 부모들도 많다. 그리고 그런 부모들을 조명하겠다는 게 본래 '고딩엄빠' 방송 취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방송은 오히려 어린 나이에 방황을 하다 아이를 낳아서 정신적, 경제적으로 위태로운 부모들만 쫓아다니고 있다. 남편과 싸우고, 시부모님과 갈등을 벌이고, 어려운 생계에 허덕이는 건 예사고 개인의 병력까지 들춘다. 이 방송을 보고 고딩엄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시청자가 몇이나 될까.
10대들의 임신을 막기 위해 '고딩엄빠'가 고도로 수를 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 사소한 갈등 하나 없는 부부가 어디 있겠냐만은 마치 어린 나이에 임신한 것이 모든 불행의 원인인 것처럼 조명하는 '고딩엄빠2' 연출 방식은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