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김영삼·법정스님·이건희 등
대통령과 유명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장례지도사가 들려주는 죽음과 삶의 이야기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만약은 없다』 남궁인 작가가 먼저 읽고 추천한 책!
상실의 슬픔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뒤에 가려진 또 다른 삶의 현장, 그곳을 30여 년간 묵묵히 지켜온 어느 염장이의 장엄한 기록. 노무현·김대중·김영삼·노태우 등 여섯 분의 전직 대통령과 법정·숭산·무진장·일붕 등의 큰스님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이맹희 전 CJ그룹 명예회장 등의 재벌총수, 이매방 무용가, 여운계 배우, 이경해 열사 등 우리 사회에 큰 발자국을 남긴 인물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장례지도사 유재철. 그는 어떻게 이런 인물들의 장례를 도맡게 되었을까?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찾게 되었을까? 그의 진솔하고 꾸밈없는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읽어가다 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64편의 에세이가 담긴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수천 가지 죽음의 얼굴’에서는 무연고자부터 대통령까지, 이주노동자부터 재벌총수까지 각계각층의 장례를 이끌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또한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들도 접할 수 있다. 2부 ‘웰다잉 안내자’에서는 죽음과 장례의 본질에 대해 다룬다. 장례지도사라는 직업과 편견, 우리나라 장례문화, 죽음에 대한 인식 등을 되짚어본다. 지금껏 당연하게 생각해왔고, 또 생각해보지 않았던 죽음과 장례문화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알고 싶지만 알 수 없던, 삶 이후의 삶, 그 감동 실화들을 만나보라.
책속의 한줄
--- p.13
세상에 대한 미련과 욕심은 의외의 것에서 발동된다. 돈, 부동산, 명예, 지위 같은 것들이 우리 삶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가장 큰 집착의 대상이 될 것 같지만, 의외로 죽은 이들의 손안에 든 것은 매우 개인적이고 사소한 것들이다. 스님이 손에 쥔 감나무 가지처럼 말이다.
--- p.65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는 지난 국장에서 펼치지 못한 내 뜻을 펼치고 싶었다. 먼저 유족에게 상장의 역사에 대해 설명드리고, 상례의 본의에 맞게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니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상주의 왼팔에 완장을 채우는 대신 베로 만든 상장을 왼쪽 가슴에 달아주었다. 또 운구병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도 군사문화 중 하나였기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게 했다.
--- p.105
길상사 근처 꽃집은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유명 인사들이 화환 배달을 주문한 것이다. 처음에는 꽃집에서 화환을 트럭에 몇 차례 싣고 왔다. 하지만 법정스님 유지대로 모두 돌려보냈다. 그 이후로는 꽃집에서도 화환 주문을 아예 받지 않았다. 펼침막조차 걸지 않았다. 위패에는 이런저런 문구 없이 ‘비구 법정’ 네 글자만 썼다. 이 모든 것이 법정스님다웠다.
--- p.130
그때 이재용 부회장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눈을 마주치니, 아버지 산소 일을 맡아주어 다시 한번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옆에 계시던 홍라희 여사도 이 일이 정리되면 따로 인사드리겠다고 거들었다.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하는 유족의 모습에서 예상치 못한 겸손함을 느꼈다. 유족에게서 감사 인사를 받는 건 으레 있는 일인데, 나는 왜 그들의 인사에 흠칫 놀란 걸까?
--- p.156
고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보다 정성껏 염해드리는 것이 나에겐 더 중요하다. 나는 그저 내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다. 그가 살면서 힘들었을 몸을 씻기고 마지막 옷 입혀서 가족들에게 보여드리고 편안하게 관에 모시면 되는 거다. 이 경험으로 인해 고인이 편히 가시라는 일념으로 염을 하게 된 듯하다.
--- p.190
소리 내어 우는 행위는 마음에 쌓여 요동치는 슬픔의 감정을 해소하는 통로가 된다. 감정을 정리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바탕 울고 나면 고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한 우울감도 어느 정도 극복이 되고, 비통에 빠진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어루만지며 ‘괜찮다, 이제는 괜찮다’라고 여기게 된다. 그러하기에 소리 내어 울며 애도하는 것은 필요하다.
--- p.203
연명치료는 가족들이 원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식이 없는 노부모를 바로 떠나보내는 것이 자식 된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가족이 환자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해서 등의 이유로 죽음을 앞둔 이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한다. 살아 있는 사람 마음 편하자고 죽음을 앞둔 사람의 발목을 붙드는 격이다.
--- p.230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인생인데 우리는 ‘내일’이 당연할 줄 알고 살아간다. 나는 사고의 순간 까딱하면 ‘내일’을 맞지 못할 뻔했다. 후회 없이 산 인생이 잘 산 인생이라는데, 우리는 매일 후회할 일을 하며 산다. 죽기 전에는 후회할 일을 청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죽음의 기로에 서보니, 매일 후회할 일을 반성하지 않으면 죽기 전에 그 일을 청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p.249-250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생각해보고 죽음을 준비하라는 뜻은 비관적으로 죽음을 바라보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장례식의 주인은 자신이지 남겨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아니다. 장례식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기획해놓으라는 의미다. 그래야만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보다 침착하고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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