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독서

사라져버린 여성들 우리가다시만날세계

na.rin 2022. 2. 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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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모과 작가의 첫 장편소설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는 현실에서 지워진 여성들이 살아가는 SF적 세계를 통해 지워지고 사라진 여성들을 기억하라고 얘기한다.

“지금쯤 고등학생이 됐을 법한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았다. 전부 1990년생 아이들. 그것도 여학생들이었다. ”

소설은 1990년 당시 ‘백말띠 여자가 드세다’라는 속설로 인해 여아 선별 임신중지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던 사건을 모티프로 삼는다. 90년생 신생아 통계를 보면 남아 100명당 여아는 85명이었다. 집단적인 여아 출산 회피가 있었음을 알려주는 수치다. 신생아 수는 1990년 77만9685명, 91년 85만1130만명이었다. 91년생과 90년생의 차이가 7만명이 넘는다. 작가는 이 7만명이 여아 출산 기피에 의해 태어나지 못한 여성들이라고 가정하고, 태어나지 못한 90년생 여성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어냈다.

소설의 배경은 2017년이다. 1990년에 태어나 여고 2학년이 된 ‘채진리’의 주변에서 또래 친구들이 자꾸 사라지기 시작한다. 해라도, 지연이도, 예준이도 사라졌다. 여학생들의 숫자는 계속 줄고 학교는 남고가 되고 만다. 그런데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들이 존재했다는 흔적과 기억조차도 사라지고 있다. 실종된 친구 지연이를 찾아 집으로 간 채진리에게 지연이 엄마는 자기한텐 딸이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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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라진 이유를 알기도 전에 잊혀가고 있었다.”

뭔가 세상이 나쁘게 변하고 있다. 채진리와 살아남은 여학생들은 사라진 아이들이 전부 1990년생 여자아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이 무서운 변화가 1990년에 이뤄진 여아 선별 임신중지 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걸 깨닫고, 자신들을 임신한 1990년의 부모들에게 구조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자신들을 지워버리지 말라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두지 말라고.

이들의 구조 요청에 1990년의 부모들은 응답할까. 그래서 채진리와 친구들은 사라짐을 피하고 나빠지는 세계를 되돌릴 수 있을까. 두 세계는 연결돼 있다. 2017년 채진리가 사는 세계는 우리의 딸들이 살아갈 미래가 될 수 있다. 1990년 채진리의 부모가 사는 세계는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로 볼 수도 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미래의 여성들이 지금의 부모들에게 보내는 구조 요청을 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빠! 나 진리야. 아빠! 나 좀 살려줘. 친구들이 다 사라졌어. 예준이가 죽었대. 해라도 눈앞에서 사라졌어. 근데 아무도 찾질 않아. 아빠가 거기서 제대로 되돌려줘. 이대로라면 나 미쳐서 죽어버릴 것 같아. 아빠, 제발!”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는 우리가 이들의 목소리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에 달렸다. 태어나지 못한 여성들의 세계를 아프게 재현한 이 소설은 페미니즘 백래시가 대선까지 영향력을 드리우며 분출하는 현재의 분위기에 맞서며 ‘1990년 그때 수많은 아이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지 못했다. 그런 세상이 다시 오길 원하는가’라고 묻는 듯 하다.

영화감독 이길보라는 추천사에서 “나는 ‘남자아이 하나만 낳고 살라’는 할머니의 말에 사라질 뻔했지만 엄마의 결단으로 90년생 여성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고 썼다. 잊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가까스로 그런 시대는 지나왔다.

황모과는 “새로운 시대를 누리도록 먼저 용기를 낸 사람들에게, 특히 지금의 이삼십대 여성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며 “이삼십대 여성들의 영향 덕분에 나도 소설을 쓰면서 작은 용기를 내보았다”고 밝혔다.

http://iryan.kr/t605yj43p4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 - YES24

이 소설은 1990년 당시 “백말띠 여자가 드세다”라는 속설로 인해 여아 선별 임신중지가 이루어졌던 역사적 사건을 모티프로 삼는다. 이야기는 1990년생 여성들이 모두 태어난 가상의 세계가 어

iry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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