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독서

우리는 이제 서로의 계절에 살지 못한다,당신은 가끔 여기에 있다

na.rin 2022. 9. 27. 14:40
728x90
반응형
SMALL

이별이라는 단어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에 색이 칠해져 있던 기억들이 온통 흑백으로 퇴색되고, 이젠 돌아갈 수 없는 '과거'로 치부됐다.
나의 계절 또는 그 사람의 계절이 떨어진 낙엽처럼 밟으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각났다.
다시는 쥐지도 못할 만큼 흩어져버렸다.

그 사람은 이제 나의 계절에 살지 않는다.
나도 이제 그 사람의 계절에 살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서로의 계절에 살지 못한다.

728x90
 
당신은 가끔 여기에 있다
익숙해지지도 않고 감당하기도 벅찬 외로움에 대하여 잘 가, 나의 예전 한구석. 내가 조금만 아픈 기색을 보여도 쪼르르 달려가 약봉지를 들고 오던 사람이 이제는 또 그러느냐고 귀찮아하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목소리보다 통화 연결음을 듣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쌓여만 가는 내 부재중 전화가 증명하듯 그 사람 역시 내게 ‘부재중’일 때가 많다. 달라진 그를, 변해버린 우리 사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부정할수록 나만 작고 초라해진다. 다른 사람은 채워줄 수 없는 공허함, 나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채울 생각조차 않는 외로움. 싸움조차 귀찮아져 침묵해버린 그 지난한 시간과 마음에 대해서 진심글이 진짜 마음을 담아 썼다. 울음도 그치기 전에 또 새로 울게 하는 이, 그런 사람을 아직도 사랑해서 떠날 수 없는 답답한 나.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걸 알지만, 이 사람과는 이번이 마지막이라서 놓지 못하는 미련한 나.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이해하는 내 헛헛한 마음을 굳이 적어 남긴 이유는 그래도 사랑스럽던 시절을 한때나마 함께했던 당신이 내게 준 것이기 때문이다. 늘 여기에 있는 나를 두고 가끔 여기에 있는 당신, 나는 당신을 사랑하여 온 세상을 앓았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쓰인 글들이 또 어딘가의 안쓰러운 마음들을 위로하고 다독거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
김혜진
출판
경향BP
출판일
2018.09.27
SMALL


The power of the word separation was really great. The memories that had been colored by the word "break up" were all black and white, and now they were dismissed as "past" that cannot be returned.
When I stepped on it like a fallen leaf in my season or his season, it was carved with a rustling sound.
It's scattered so much that I can't even hold it again.

He doesn't live in my season anymore.
I don't live in his season anymore either.
We don't live in each other's seasons anymore.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