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독서

나 죽을 때 손 잡아 줘,그리고 당신의 애인

na.rin 2022. 10. 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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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을 때 손 잡아 줘
이불도 덮어주고 머리도 한 번만 쓸어넘겨 줘
질질 짜는 얼굴 보기 싫은데
혹시라도 감정이 북받치면 우는 건 나 죽고 나서 해 줘

언젠가의 너는 내 죽겠단 소리에
다시 한 번만 그런 소리를 지껄이면 영원히 저주해버릴 거라고 했다
그때 네가 쏟아놓듯 죽지 마 했던 게
나는 계속 피부 아래 방치된 작은 유리 조각처럼 따끔거리고 아팠다

아주 멀리 가 버려서
이제 사진 없이는 얼굴도 제대로 떠올릴 수도 없다는 점에서
너는 멋대로 죽어버린 사람들과 많이 닮았지
시퍼렇게 살아있는 사람 그렇게 취급해서 미안해
이렇게라도 가슴에 묻지 않으면 너무 많이 사랑해버릴까 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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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신의 애인(검은펜 시리즈 3 문장집)
태주의 언어는 차분하고 결이 곱다. 언뜻 수줍어하는 볼우물 같기도 하고, 곁에서 귓가에 조근조근 속삭이는 애인의 목소리 같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슬픔으로 물든 눈가가 보이기도 하고, 조그맣고 잔잔한 미소가 걸린 입매를 마주한 것 같기도 하다. 이백 페이지가 넘는 책을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우리는 태주가 자신만의 언어로 잘 다듬어 표현해 낸 각기 다른 감정들이 하나의 그리운 얼굴을 이루며 책장 위로 아른거리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태주는 『그리고 당신의 애인』 작가의 말 페이지에서 자신의 책을 “천오백 개가 넘는 독백들 중에서 비명이 아닌 것과 남들 앞에 내놓기에 부끄럽지 않을 것들만 골라냈더니 칠백여 개, / 그것을 이백 페이지 남짓에 공평하게 나누어준다고 치면 페이지 당 차지하는 문장의 개수가 서너 개. / 따지자면 하나의 페이지는 삼십오 퍼센트의 헛소리와 육십오 퍼센트의 권모술수로만 이루어지는군요.”라고 설명하고 있다. 글이든 말이든 상대에 대한 마음을 삼십오 퍼센트만 드러내 보이고 육십오 퍼센트의 마음은 아무 것도 없는 공백인 것처럼 숨겨본 사람들은 태주 작가가 “헛소리와 권모술수를 다듬은 페이지”들에서 그의 비명과 부끄럽고 때로 수줍었던 날들의 흔적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애인』은 총 3부로 나뉘어 있으며, 사랑에 빠졌을 때의 설렘과 애틋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1부 ‘내가 당신보다 일찍 먼 길을 떠나도’, 이별을 겪은 후 지난 사랑을 돌이켜 볼 때의 서글픔이 담긴 2부 ‘새벽과 아침의 가운데서’, 삶 속에서 사랑과 사람을 겪으며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엮어낸 3부 ‘언뜻 나를 떠올려 주기를’이라는 개별의 소제목들은 각 장의 테마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동시에 한 개의 문장으로도 결합한다. 우리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라는 것은 어쩌면 가장 사소하고 소박하지만 늘 더 없는 꾸준함을 요하는 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
태주
출판
검은펜
출판일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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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d my hand when I die
Cover me with a blanket and sweep my hair once
I don't want to see you squirm
If you get emotional, please cry after I die

Someday, when you hear that I'm going to die,
If you say that again, I'll curse you forever
Like you said, "Don't die"
I kept tingling and hurting like a little piece of glass left under my skin

It went too far
You can't even think of your face without pictures
You look a lot like people who died on their own
I'm sorry to treat you like that
I'm afraid I'll love you too much if I don't put it on my chest like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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