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9월 20일, CNN을 포함한 전 세계의 방송이 서울의 서초경찰서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여주고 있다.
양손에 수갑을 찬 채 고개는 빳빳이 쳐들고 두 눈에 살기를 띠며
빽빽이 들어찬 카메라들을 향해 "더 못죽인 게 한이다!" 라고 소리치는
살인범들의 모습이 전 세계로 방송된 것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서울 거리로 대표되던 한국 이미지가
'살인 공장'을 차려놓고 5명을 연쇄 살인한 것으로도 모자라 사체를 소각로에
태워버린 광기어린 살인 집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이들의 엽기적인 범죄 행각에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경찰은 밀려드는 취재 열기를 막지 못했다.
그 결과 스스로 '지존파'라고 이름붙인 이 살인 집단은
졸지에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특권을 누렸던 것.
"돈 많다고 거들먹거리는 놈들이 싫었다."
"압구정동 야타족들,돈 없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놈들은 다 죽이고 싶었다."
"시작도 못하고 여기서 끝난 게 안타깝다."
"피해자들에게 개인적인 원한은 없지만 사회에 복수하고 싶었다."
"우리가 그들을 살해한 것이 아니라 불공평한 우리 사회가 호의호식하며 살아온
자들에게 내리는 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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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듯 자신들의
범행을 합리화하고 보란 듯이 과시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모방 범죄의 우려를 강하게
던져주었으며, 실제로 지존파 사건 이후 '막가파', '온보현'등 사회의 주목을 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모방 범죄가 잇따랐다.
2004년 여름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한 연쇄살인마
유영철 역시 지존파의 아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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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26세, 강간 치상 1범), 강동은(21세, 특수 절도 2범), 김현양(22세, 상해 1범),
문상록(23세, 특수 절도 3범), 백병옥(20세, 특수 강도 등 2범),
이경숙(23세, 여, 절도 1범), 강문섭(20세) 등 모두
7명으로 이루어진 이 살인 집단은 1993년 4월 도박판에서 만났다.
이들은 같은 전과자라는 공감대와 무협 소설, 홍콩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그리고 불우한 환경을 비관하며 가진자들에게 막연한 적개심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에
의기투합하여 자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한탕'을 모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조직에는 보스가 있고 이름이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기환이 두목이 되면서 그가 좋아하는 홍콩 영화 <지존무상>을 본떠
조직의 이름을 '지존파'라고 정했다.
스스로를 '지존'이라 칭한 김기환은
"돈 많은 자들을 저주한다"
"돈 많은 자들에게 10억원을 뺏는다",
"조직을 배반한 자는 죽인다"
라는 세가지 강령을 내걸었다.
그리고 부하들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가혹하게 훈련시키며 절대 복종하도록 만들었다.
이들이 범죄 욕구와 조직적인 결속력을 강하게 다진 계기가 된 것은 '대학 입시 부정사건'이었다.
대학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자신들이 실패한 것은 잘못된 사회,
가진자들의 비리 때문이라고 여기던 차에 돈을 주고 대학에 입학하는 부자들의 모습이
연일 보도되자 함께 흥분하며 범행 의지를 다졌던 것.
연쇄 살인을 위한 준비이들 7명은
김기환의 계획에 따라 '가진 자들을 향한 복수'
자금을 모으기 위해 함께 막노동을 하기 시작했다.
1차로 1993년 5월부터 11월까지 대전에 있는 '둔산 신도시' 건설 현장에서 일하면서 받은
노임을모았다.
11월부터는 2차로 경기도 분당 신도시 건설 현장에서 일하면서 돈을 모았다.
그런데 두목 김기환은 본격적인 범행에 들어갔을 때 잡히지 않으려면 영화에 나오는
전문 킬러 수준의기술과 담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살인 예행 연습'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둔산에서 노동일을 하며 합숙하던 1993년 7월 18일
밤 11시경, 조직원들을 끌고 충남 논산의 한적한 마을로 들어가 그 근처의 인적이 없는 철길 옆
에서 마침 혼자 귀가하던 여성(최양, 20세)을 발견하곤 납치를 지시했다.
그리곤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대전 유성구 '계룡대' 주변 야산으로
데려가서 차례로 강간한 뒤 김기환이
"사람은 이렇게 죽이는 거야"
라며 마치 시범을 보이 듯 최양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최양의 사망을 확인한 김기환은 조직원들을 시켜
땅을 파고 시신을 암매장했다.
한달 뒤 공범 중에 23살이라고 형 행세를 하며 다른 공범들에게
선배 대접을 받던 송봉우의 실제 나이가 18살임이 밝혀지자 보복을 두려워한 송군이
공동 예금통장에서 300만원을 인출해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추적끝에 경기도 시흥 친척집에 몸을 숨기고 있던 송군을 찾아낸 지존파 일당은
"다 용서해줄테니 화합을 다지는 차원에서 개나
잡아먹으러 가자"
며 유인해낸 뒤 전남 영광군의 속칭 '불암산'으로 갔다.
산에 올라가자 약속과 달리 송군의 두 손을 철사로 단단히 묶은 다음
집단 폭력을 가한 일당들은
'배신한 자는 죽인다'
는 강령에 따라 돌아가며 송군을 돌로 내리치고 칼로 찌르고 곡괭이로 찍어 살해한 뒤 암매장했다.
송군을 유인하기 위해 실제로 개를 차에 싣고 간 일당은 송군의 시체를 암매장한 후
그 자리에서 개를 잡아먹었다.
대전과 분당에서 노동으로 돈을 모은 뒤 지리산에 들어가 일주일동안 합숙하며
체력 훈련과 살인 연습 등 철저히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야영을 하고 물 외에는 일체 먹지
않으면서 인내심을 키웠다.
또한 범죄 조직원들의 의리를 묘사한 소설과 교도소 생활을 담은 책,
일본 야쿠자 소설 등을 돌려 읽으며 정신 무장을 강화했다.
'살인 공장'을 만들다1994년 5월, 일당은 전남 영광군 불갑면에 있는 두목 김기환의
어머니 최모씨(78세)의 외딴 집으로 왔다.
김기환은 어머니에게
"집을 새로 지어 드리겠다"
며 이웃 마을에 단칸방을 빌려 내보낸 뒤 8월까지 4개월동안 외딴집을 범죄 아지트로 개조
다들 건축 공사장에서 잔뼈가 굵은 터라 대지 117평,건평 38평의 역(逆) 기역자 형태로
순수 슬래브 건물을 지으면서 완전 범죄를 위한 치밀한 장치들을만들었던 것이다.
한적한 시골인데도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본채와 20여 미터 떨어진
대문에 전력검침기를 설치하고 자기들끼리 이용하는 신호용 초인종과 외부인이 사용하는
인터폰을 별도로 설치했으며 방 3개와 지하실을 인터폰으로 연결해두었다.
차고 겸용으로 쓸 창고를 따로 지어 용접용 산소통 2개와 절단기 등
각종 범행 도구들을 비치했고, 창고 한구석의 철판뚜껑 밑에는 지하 아지트로 통하는
나무 계단까지설치했다.
계단을 내려가서 오른쪽으로는 둔중한 철문을 설치했는데,
이 철문 뒤에는 1미터 간격의 통로를 사이에 두고 경찰서 유치장처럼 쇠창살로
막은 감금 장소를 만들었다.
지하 계단에서 정면을 향해 설치한 또 다른 철문 뒤에는 사체와 증거 등을
태우기 위해 2평 남짓한 '소각장'을 만든 뒤 소각로의 연소통을 집 뒤편에 있는 대형 환풍기와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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